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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격자의 조언에 관하여
    변리사 수험 조언 2023. 2. 19. 18:15

    합격자의 조언이란 

     

    저만의 지론이 매우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과 상반되는 결과를 본 것도 많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봅니다.

     

    1. 동차때 올과락 수준이면 기득도 거의 어렵다. 

    맞는 말입니다. 반대로 동차때 소숫점탈이면 기득은 필합이라는 지론도 있습니다.

    제가 전년도 -2.6탈에서 다음해 +2.5합을 한 경험자이니, 1년이면 5점정도 올리는 것은 당연히 가능한 일이라는 논리에 매우 확신이 있습니다. 게다가 주변에서 0.x 탈을 한 분들은 전부 그 다음해에 붙었습니다.

    그런데.. 반례가 생겼습니다.

    작년에, 동차때 소숫점으로 떨어진 지인이 누구보다 열심히 했는데도 기득때 또 안되었습니다.

    한편 그 해 만난 합격자 중 하나는 자기는 동차는 갖다 버리고 다 과락맞고 기득부터만 열심히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동차때 자기가 올과락이라고 기득은 힘들어보인다고 한 사람들이 있다면서 보란듯이 붙었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제가 그 분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아니지만(합격 후에 만난 분이므로, 동차땐 뭐라 할 사이 자체가 아니었음), 그런 사상을 갖고 있던 사람으로서, 참.. 남의 공부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책 여러권 보는 건 안좋다. 한 권을 적당히 수정하면서 해야지 이책 저책 다 합치는 것은 시간낭비요 쓸데없는 짓이다.

    이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위 합격자분은 시중의 모든책을 다구해서 단권화하고 붙었다고 합니다. 저는 여전히, 그분이 시간낭비를 해서 부정적 요소를 만들긴 했으나 그럼에도 실력이 충분해서 붙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과연 그럴까요? 정말 저 단권화작업이 엄청난 도움이 되고 저분한테는 너무나 찰떡같이 실력향상에 도움되는 공부방법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3. 기출공부 해야한다.

    이건 저도 합격 전부터 모 합격자분께 들었고, 저도 기출공부를 해서 붙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이렇게 추천합니다.

    그런데..많은 분들이 기출은 거들떠도 안보았다고 합니다. 

    기출을 보라는 제 조언은 의미가 있는 것이었을까요? 이 또한 저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누군가는 아니더군요.

     

    4. 상표 답안지 판례복붙만 하고 결론내는 것은 안좋다 그래도 논리가 있어야 하니 최소한의 검토는 하고 결론을 내는 게 맞다.

    이것도 여전히 이렇게 생각하는데, 제 동기분 중에 자기는 판례만 쓰고 검토는 단 한줄도 안쓰고 결론 위주로 냈다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은 수험시절에도 그렇게 했고, 속으로는 '저러면 안 되는데..아 상표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ㅋㅋ 나처럼 해야지 고득점이지' 하고 생각해왔습니다. 결과를 까보니 그 분의 상표 점수는 저보다 10점 이상 높았습니다.(둘다 붙었지만)

    여전히, 지금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제 생각이 맞습니다. 글은 글답게 써야 좋은 것 아닐까요? 판례만 띡쓰고 결론만 쓰는게 어떻게 더 나은 글일까요. 검토도 써야 더 옳은 답안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결과는 그렇게 쓴 분이 점수가 더 높았잖아요..

    그렇다면 제 생각은 틀린 걸까요? 꼭 그래서 저보다 그 분이 점수가 높은걸까요? 저와 그 분이 답안에서 저 부분 빼고 다른 것이 다 똑같은 게 아니니까 알 수가 없습니다. 

    위 요소 말고 내가 모르는 다른 요소가 점수를 가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냥 운빨이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무엇때문에 점수가 10점이나 차이난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확실한 건 내가 그분보다 더 좋은 답안지를 쓴다고 생각한 것은 완전히 헛소리였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저분 방식이 맞고 제가 틀렸다고 단언해서 조언할 일도 아닙니다.모르는 거에요 완전히 어느 해는 제 방식을 더 좋아하는 교수분들이 채점에 들어가서 저처럼 쓰는 사람들이 고득점 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5. 1차 기간 중의 민소에 대한 견해

    어지간하면 1차중에 민소 하지 말라고 합니다. 1차 중의 민소는 1차 합격률을 매우 떨어뜨리면서 2차 합격률을 소폭 올립니다. 따라서 적당한 선을 지키지 못하면 1차를 불합만들고, 이는 2차 합격률을 0%로 만들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산 덕분에 1년을 갖다 버리는 결과를 낳는 매우 하이리스크 로우리턴이기 때문입니다. 저 선은 수험 처음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파악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생동차 합격 후기 중 1차기간에 민소를 했고, 그 덕에 생동 합격을 했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분이 수험시절 제 조언을 들었다면 생동을 못했을 것이고 변리사도 한참 뒤에 됐을 것입니다. 이 분은, 스스로 위에서 말한 선을 넘지 않고 매우 적절한 수위로 민소 공부를 하신 분입니다(아니면 그냥 천재거나). 

    그러나 절대다수는 제 조언에 부합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1차 기간에 패기로 민소를 건들다가 1차를 떨어집니다. 따라서 민소 건들지 말라는 조언은 대다수에게는 맞는 말입니다.

    고로 무엇이 맞는 말인지는 듣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수험에는 정도가 없고, 조언도 맞는지 틀리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에 대한 단적인 예시가 됩니다.

     

    6. 위 요소들 다 필요 없고 그냥 이 시험은 소위 운빨X망시험에 불과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 블로그의 Q&A중 하나에서, 저는 소숫점차이의 합격자 또는 불합격자만 운에 의해 갈린 것이고 2점 3점 이상 차이나는 사람들은 운빨을 논할 수 없다 그냥 못한것 또는 잘한 것이다. 그러니까, 운빨은 실력으로 피해갈 수 있고, 그러므로 운빨로 못붙었다고 하는 것은 일부에게는 맞지만 절대다수에게는 적용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실력있던 분이 불합하시는 것을 보며 이것조차 이제 자신있게 대답을 못하겠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2.6점 수준의 3시 성취도 상태에서 남은 1년동안 5점 가까이 열심히 올려서 붙었다고 확신했습니다.

    제 그 1년은 너무나도 치열했고, 치밀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냥 제가 어쩌다 보니 3시는 -2.6이었고 4시는 2.5였는데 이게 뭐 내가 실력을 올려서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운빨이었던 것일까요? 그냥 교수 기분따라 점수가 정해지는 것이었을까요?

     

    위 59기분이 수험생때 저한테 조언을 구했으면 뭐라고 했을까요?

    단권화는 당장 집어치우고 한책만 봐라. 동차버리면 안 된다 절대 버리지 마라 버리면 기득 불합 90%다. 내가 그렇게 해서 기득때 불합격한 사람이다 나처럼 하지 말고 동차부터 기를쓰고 공부해라. 기출 꼭 봐라! 기출 안보면 점수 떨어진다.

    뭐 이랬겠죠?

    이런 조언이 그 분께 필요한 조언이었을까요? 전혀 아니겠죠? 어차피 붙을 분한테 쓸데없는 오지랖만 부린 거겠죠.

    오히려 모르죠 제 조언 들어서 이번에 불합격 하셨을지도..?

     

    저는 59회 변리사 시험 결과를 보고 위와 같은 생각들을 하며, 내가 조언을 하는 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합격자지만 공부에 있어 어느 부분은 어떤 수험생이 훨~씬 나을 수도 있는 겁니다. 아니 그냥 모든 면에서 어느 수험생은 저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단지 아직 못붙었을 뿐이죠.

    그냥 일반론적으로 제가 심히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일반론적으로는 제가 맞지만 한 그 수험생한테는 제 조언을 따르지 않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그 수험생 분은 제 조언을 무시하셔야 하는 분입니다. 제가 틀리고, 그분이 맞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조언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할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또 도움이 될테니까요.

    도움이 되는 건 문제가 없겠으나, 혹시나 도움이 안되고 있을 수도, 심지어 누군가의 인생을 방해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서 이 글을 씁니다.

     

    수험생분들 중 제가 틀렸다고 생각되거나, 제 조언이 본인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시거나, 본인만의 철학, 확신, 근거가 있는 분들은 제 조언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자신있게 무시하시기 바랍니다. 제 조언은 그냥 참고할만한 글로만 봐주시고, 맹신하지 마세요.

     

    생각해보면 저 또한 남의 조언들을 상당수 무시했습니다. 당연히 상당수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무시는 '그냥 저사람 말 듣기 싫어' 가 아니고, 잘 들어보고, 분석 결과, 내가 종래 하던 것 대비 큰 이점이 없는데 반해 노력이 많이 들 뿐으로 보이고, 현재 성취도가 꽤 괜찮다는 등 이유가 있으니까 무시한 것입니다.

    그 조언들도 조언 하는 사람은 그렇게 붙었으니까 조언한 겁니다. 제가 조언하듯이요. 그런데 저한텐 안맞았던 것이지요.

    글쎄요 그 조언들 들었으면 제가 0.1점이라도 더 받았을까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컷을 넘었으므로 결과적으로 저한테는 필요 없는 조언이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그 조언이 누구한테나 쓸모없었을까요? 모르죠 누군가는 컷으로붙었는데 제가 무시한 조언을 들어서 그 덕 에 붙었을지도.

     

    이렇듯 정말 수험은 그야말로 합격자가 200명이면 200가지의 방식으로, 수많은 변수, 판단, 조건, 배경, 우연 등에 의하여 합불이 결정됩니다. 우리의 여정은 그 모든 게 가능한 합격을 향하도록 조정하는 과정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자신있게 제 철학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철학을 제가 자신하지 않으면 누가 자신하겠습니까. 누군가에게 맞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 내가 자신없게 말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저는 적어도 저한테는 이방법이 통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제가 자신있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듣는 사람 또한 이 말을 들어야한다는, 그런 전제는 전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각자 판단하시고, 각자에게 맞는 길을 찾아서 합격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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